제1권 : 그해 겨울의 까마귀
● 1936년 9월 상순 어느 날 경성
● 1920년 10월 중순 어느 날 만주 간도
● 2009년 늦가을 어느 날 일본 도쿄
● 나는 거기서 앵무가 노한 것을 보았느니라
● 나의 육신은 그런 고향에는 있지 않았다
●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 두통은 영원히 비켜서는 수가 없다
● 날개 축 처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 아내는 낙타를 닮아서 편지를 삼킨 채로 죽어가나 보다
● 나는 홀로 규방에 병신을 기른다
● 파란 정맥을 절단하니 새빨간 동맥이었다
● 사람은 광선보다도 빠르게 달아나라
● 이런 춘풍태탕한 속에서 어쩌다가
● 한 무더기 비둘기의 떼가 깃에 묻은 때를 씻는다
● 세상의 하고많은 여인이 본질적으로 이미 미망인이 아닌 이가 있으리까?
● 허위고발이라는 죄명이 나에게 사형을 언도하였다
● 죄를 내버리고 싶다 죄를 내던지고 싶다
● 우아한 여적이 내 뒤를 밟는다고 상상하라
● 여자는 만월을 잘게 씹어서 향연을 베푼다
● 혹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 내가 지각한 내 꿈에서 나는 극형을 선고받았다
● 사람의 숙명적 발광은 곤봉을 내미는 것이어라
● 나는 그것들을 조금씩 먹어보곤 깜작 놀랐다
● 춤추어라 깔깔 웃어버려라
● 나는 그냥 문고리에 쇠사슬 늘어지듯 매달렸다
● 여기는 어느 나라의 데드마스크다
● 한 마리의 뱀은 한 마리의 뱀의 꼬리와 같다
● 도서관에서 온 소환장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 도회의 인심은 대체 얼마나 박하고 말려고 이러나?
제2권 : 박제를 넘어 영원으로 날다
● 군함이 구두짝처럼 벗어 던져져 있었다
● 성 베드로 군이 나에게 세 번씩이나 알지 못한다고 그런다
● 거울은 페이지의 그냥 표지
● 보이지 않는 묘혈 속에서 나는 들어앉는다
● 이것이 내가 참살당한 현장의 광경이었다
● 방대한 벽은 속으로 곪아서 벽지가 가렵다
● 사람들은 그 소녀를 내 처라고 해서 비난하였다
● 자조하는 표정 위에 독한 잉크가 끼얹힌다
● 그때 누가 내 경로를 디디는 이가 있다
● 나는 오들오들 떨면서 도처에서 들킨다
● 신발을 벗어버린 발이 허천에서 실족한다
● 비껴 서는 악취에 허망과 복수를 느낀다
● 비누가 통과하는 혈관의 비눗내를 투시하는 사람
● 키가 크고 유쾌한 수목이 키 작은 자식을 낳았다
● 어디에도 행복은 없다
● 내 가벼운 무장에서 피가 좀 난다
● 검거된 사나이는 지도의 인쇄된 분뇨를 배설하고
● 나는 매일 허위를 담은 전보를 발신한다
● 까마귀는 흡사 공작과 같이 비상하여
● 산 사람의 골편을 보신 일 있수?
● 백골까지 내게 혈청의 원가상환을 강청하고 있다
● 이 도시는 몹시도 가솔린 내가 나는구나
● 그런데 Y 자는 죽었다. 정말 그 편지가 배달되자 죽었다
● 사태는 그 절정에서 폭발하였다
● 자, 운명에 순종하는 수밖에! 굿바이
● 나를 조금씩 조금씩 죽이려던 것일까?
● 1937년 4월 초순 동경 대학 병원, 이상의 병실
● 1937년 6월 하순 망우리 공동묘지
● 다시 2009년 늦가을 어느 날 일본 도쿄
● 남은 이야기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