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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질은 우한 외곽에 있는 DNA 재조합 연구소에서 개발되어 ‘우한-400’이라는 이름이 붙었소. 그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인공 미생물 중 400번째로 개발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종이었기 때문이오. (p.435)" 소설 속 바이러스의 이름으로 국내 출간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딘 쿤츠의 <어둠의 눈>. 1981년 쓰인 소설이 2020년 세계 각국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혹자는 이 소설의 스포일러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이미 알고 읽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소설에 대한 첫인상과 예단이 오히려 이 책의 커다란 반전이며 즐거움이라 할 수 있겠다.
소설은 불빛과 흥분이 거리마다 넘실대는 라스베이거스를 향한다. 이곳에서 쇼 제작자로 일하는 티나는 슬픔과 공포 속에서 가까스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열두살 난 아들 대니를 사고로 잃은 지 1년째, 자꾸만 그녀의 주변에 불가사의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상한 소리를 내뿜으며 제멋대로 켜지는 라디오와 컴퓨터, 지워도 지워도 나타나는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에 대니가 살아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 티나. 급기야 아들의 무덤을 열어보기로 한 그녀에게 더욱 기이한 일이 엄습한다. 결국 권총 한 자루를 쥔 티나는 직접 아들을 찾아나서는데…
<어둠의 눈>은 '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했다'고 화제를 모았지만 이 소설을 2020년 '바이러스 창궐'의 예언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도 도덕도 제어할 수 없는 인간의 끝없는 교만과 위험한 흑백논리, 그리고 전염병의 속도보다 빠르게 그 민낯을 드러내는 혐오. 작가가 앞서 보고 예언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피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라스베이거스의 마천루와 인간의 내면 속 바닥 모를 심연이 대비를 이룬다. 딘 쿤츠는 스티븐 킹과 양대 산맥을 이루며 미국 대표 스릴러 거장으로 정평이 난 작가이기도 하다. 칩거의 시절, 읽는 이를 사로잡는 생생한 이야기에 몸을 맡기고 그저 빨려들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