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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내부수리중]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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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살아 온 경험도, 성향도, 가르치는 과목도 다른 네 사람이 교직을 향한 긴 공부 끝에 교육청의 첫 발령을 받아 처음 만난 곳은 서울의 한 혁신고등학교. 혁신학교의 시대적 의미가 무엇인지, 거대한 철학과 큰 뜻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발령받고 보니 혁신학교였다.
새롭고 어렵고 정신없는 신규 교사의 시기를 보내던 네 사람은 놀랍게도 어느새 학교를 좋아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 내내 그저 그랬던, 또는 벗어나고 싶었던 학교의 기억을 넘어, 교사가 되어 학교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네 사람은 첫 학교에서 신규 교사로 살아가며 학교에서 처음 배운 것, 시도하고 실패한 것, 작게나마 성공한 것들을 끊임없이 나누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모여 나누었던 수다들이 어느새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느꼈다. ![]() : 이 책은 경력이 비교적 적은 선생님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고 있다. 교육이란 이름으로 자리한 고착화된 구조와 문화, 관념, 관행과 관습에 맞서 저자들은 영역별 재개념화를 시도한다. 저자들은 혁신학교에서 동료 교사, 학생 등과 무수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수업, 생활지도, 학습활동, 학생자치, 일하는 방식, 돌봄, 평가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생각의 전환점을 제시한다. 그것은 곧 의미와 관점, 행동의 전환과 변화를 의미한다. 변화, 신뢰, 회복, 주체, 성장, 협력, 공동체는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용어다. 이 책은 혁신에 관한 낭만과 환상을 담고 있지 않다. 구조와 편견의 장벽은 여전하지만, 서서히 균열을 내면서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고 말한다. 혁신은 교육감의 권력 교체로 소멸하고 마는 유행이 아닌, 삶의 자세이며 태도임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여기, 과거의 ‘모범생’이자 현재의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네 명의 직장인이 있다. 처음 발령받은 직장이기에 유일한 비교집단은 ‘내가 겪어 온 학창 시절의 학교’뿐이지만 어느 순간 “어라? 나 학교를 좋아하고 있네?”라고 말한다.
이 책은 ‘혁신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신규 교사들의 이야기도 아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 정년까지 무기력해지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직장인의 이야기다. 구성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곳, 민주적인 소통이 가능한 곳, 내가 힘들 때 함께 고민하며 해결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곳. 아니, 적어도 그런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학교 이야기는 혁신학교가 궁금한 사람들 뿐 아니라, 교육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민주적인 학교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는 학교장, 오랜 시간 학교 시스템과 교육철학에 대해 고민해 왔을 20년차 이상 선배 교사들의 필독서이자 학교에서 소외되지 않고 싶은 모든 교사들, 우리 아이를 어느 고등학교에 보내야 하나 고민 중인 학부모, 교직을 꿈꾸는 이들과 행복한 직장 생활을 꿈꾸는 모두에게 ‘반짝이는 보석 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 네 분 쌤들이 만난 A학교의 학부모였던 나에겐 쌤들의 이야기가 영상 지원까지 되며 생생히 떠오른다. 입학 후 한 달도 채 안 돼서 “우리 학교 너무 좋다”고 하는 자녀를 보면서 학부모들은 열정적인 협력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너무 모범생이어서 잠자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요즘 교사였던 쌤들이 학생들의 옆에서 나란히 걷게 된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쌤들과 함께 걷고 싶어진다.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되는 신나는 여행, ‘굿바이 혁신학교’ : 이 책은 ‘흔들리며 피는 꽃’인 교사의 증언이다. 씨가 땅에 떨어진다고 다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다. 거름 두둑한 혁신이라는 밭에서 떨어진 씨앗은 싹을 틔울 확률이 높다. 싹이 튼다고 다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한 사람’이라 부르는 동료에 의지해야 한다. 흔들리는 것은 오롯이 ‘꽃’인 교사의 몫이다. 이 책은 오늘도 흔들리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꽃’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아야 한다며 웃는다.
또한 이 책은 초짜 교사가 어느새 선배 교사가 되어 가는 교사의 성장기다. 그들을 흔들어댄 학교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날선 비판이고 교사인 ‘한 사람’에게 학생이 어떤 의미의 존재인지에 대한 고백이고 교사인 ‘한 사람’이 어떤 태도를 갖추고 어떤 가치를 향해 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체험의 기록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혁신학교 그 너머를 가늠해 보도록 하는 교사의 ‘찐 이야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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