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 (의사, 소설가)
: 오랜 수련을 거쳐 의사가 된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듣는 것만으로도 괜히 진지해져서는 심각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오묘한 단어 ‘인체’. 앙증맞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그곳에서 벌이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함께하는 동안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파이팅을 외치며 다른 장기들과 소통하는 뇌, 쉬지 않고 운동하며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 의학만으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기에 경이로운 그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마법에 걸려 그들 가까이에서 비밀을 엿듣고 있는 기분이 된다.
어려운 용어에 의존하지 않고 발랄하고 유쾌하게 인체를 그려 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의학이라는 학문에 너무 딱딱하고 고지식하게 접근했던 것은 아닌지, 스트레스를 받으며 무작정 외우기보다 몸속에서 오가는 이야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 했던 것은 아닌지. 전공 서적의 육중한 무게에 짓눌리기 전에 이 만화를 먼저 접했다면 좋았으리라는 후회도 들었다.
저자가 펼쳐 보이는 세계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인체의 다양한 구성 요소는 교과서에 나오는 따분한 의학 용어에서 벗어나 우리의 친구로 변신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저마다 하나씩 커다란 궁전을 몸속에 지니는 셈이지만 그것을 깨닫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제 막 인체의 신비에 눈을 뜬 어린이들은 물론,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에 지레 겁먹었던 어른들에게도 〈소맥거핀의 인체 친구들〉은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