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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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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되거나 소외된 이들의 삶에 빛이 깃드는 찰나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며 삶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작가 조해진의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2004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조해진은 매 작품 부드럽고 정확한 문장으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그려왔다. 사회의 관심 밖에 놓인 인물의 삶을 또렷하게 응시하는 조해진의 시선은 특히 장편에서 잘 드러난다.
탈북인 ‘로기완’의 삶을 조명한 『로기완을 만났다』(창비, 2011), 자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괴로움에 잠긴 이들이 서로 마주하는 과정을 담은 『여름을 지나가다』(문예중앙, 2015), 그리고 해외입양과 기지촌 여성 문제를 뜨겁게 다룬 『단순한 진심』(민음사, 2019)까지 조해진은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의 삶을 꾸준히 그려왔다. 『단순한 진심』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는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후(연재 당시 제목은 ‘빛의 영원’) 결말부에 해당하는 4부를 새롭게 써내려간 끝에 완성된 작품으로, 평단의 커다란 호평과 함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조해진 작가를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킨 단편 「빛의 호위」에서 한 뼘 더 나아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부 _007 ![]() : 여러분이 집어든 이 책은 세상의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빛을 기적처럼 모아놓은 사각형의 종이 뭉치다. 어쩜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조해진 작가는 먼 나라의 참혹함과 내 가족의 생존이 별개가 아님을, 살리는 일의 귀함과 소박함을, 이 의심과 냉소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끝내 설득해낸다. “폭격 소리가 가까워져도 응급수술을 중단하지 않는” 의사와 간호사처럼. 소설만이 도달 가능한 힘으로, 기꺼이 서로에게 피난처가 되고자 하는 우리 마음속 빛 조각들을 끌어모은다. 한 사람에게 수렴되지 않고 한 사람을 통과해 뻗어나가는 사랑을 발견하게 한다. 이 온기로 나는 다시 한번 지구의 태엽을 감아 빛과 멜로디를 흐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맙고, 또 고맙다. : 『빛과 멜로디』는 지금-여기의 이야기다. 언제나 있었고 언제고 있을 이야기다. 조해진은 폭설 속에서도, 전쟁중에서도 어떻게든 온기를 찾으려 한다. 엄혹한 상황에서도 생면부지의 누군가에게 손 내미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빛이 피사체를 감싸는 순간의 온기”가 스민 문장들을 읽다가, 그의 소설을 읽는 시공간이야말로 그 온기가 발산되는 현장임을 깨닫는다. 인간이 사랑과 상처를 주고받듯, 빛과 멜로디는 흐르다 어느 순간 스며든다. 시리아에서, 레바논에서, 남수단에서, 가자지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삶이 바로 이곳에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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