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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8일, 젊은 정신과 의사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뇌부자들〉이 처음 업로드됐다. 레지던트를 막 마친 정신과 의사 6인이 대본을 쓰고 녹음해 편집한,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방송.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첫 방송 후 한 달 남짓, 아이튠즈 전체 차트 2위로 올라선 것이다. 때는 각종 시사 팟캐스트가 1, 2위를 다투는, 팟캐스트 전성시대였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는 <뇌부자들>을 탄생시킨 김지용의 첫 단독 저서다. 그는 그동안 팟캐스트와 유튜브에서 미처 꺼내놓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를 책에 털어놓았다. 책에는 공부는 잘하지만 뭘 해야 할지 막막했던 청년이, 진짜 정신과 의사가 되기까지 10년간 겪은 좌충우돌 이야기가 촘촘하게 실려 있다.

그동안 많은 정신과 의사가 책을 냈고, 다양한 매체에서 정신과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분명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아직도 굳건히 남아 있는 정신과의 ‘높은’ 문턱을 더 낮추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 기존 정신과 의사의 책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 풍경을 관찰자 입장에서 해석하거나 삶의 문제에 해답을 주는 ‘산꼭대기의 현자’ 같은 자세를 취했다면, 이 책에는 ‘정신과 내부자들만 아는 정신과 의사’ 그리고 ‘인간 김지용’이 등장한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 『만약은 없다』 저자)
: 그와 나는 중고등학교 동창이다. 둘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엄청난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고야 말았다. 하필 라이벌 의대에 입학한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의사가 되어 가장 대척점에 있는 전공을 선택했다. 나는 주로 몸을 사용하는 응급실에서, 그는 주로 말을 사용하는 정신과 진료실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직업적 고뇌를 대중에게 풀어내는 일 또한 하게 되었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오랜 친구가 보낸 글을 기쁘고 대견하게 읽었다. 응급실만큼 치열하고 절박한 고뇌가 담긴 곳이 정신과 진료실이다. 그는 정신과학의 매력과 한계를 고백하는 한편 자신에게 주어진 일의 의미를 깊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또한 타인의 내밀한 속내를 듣고 돕는 행위를 깊이 생각하고 반성하며, 행동에 옮기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기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이 책은 평범한 인간이 정신과 의사라는 직분을 찾아가는 성장기이자 분투기다. 그는 내게 좋은 친구지만, 이번에는 그가 좋은 의사임을 알았다.
서늘한여름밤 (심리학자, 블로거,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저자)
: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정신과 의사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애정 없이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고 판단하려 드는 사람들 같았다. 《어쩌다 정신과 의사》는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들려준다.
이 책은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회복의 여정을 함께하는 가이드로서 정신과 의사가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환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누구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저자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스스로를 좀 더 너그럽게 바라보는 자신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또 정신 질환과 정신과 치료, 그리고 정신과 의사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녹아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정신과 치료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진료실 안, 내 건너편에 앉아 있는 사람도 나와 비슷한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그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그렇게 두렵지는 않을 것이다.
: 최근 유난히 우울해하던 친구가 얼마 전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당장 병원에 가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직장에서 일하던 그를 대신해 내가 병원을 예약해주기로 했다.
예약은 실패했다. 퇴근길에 바로 들르도록 그가 사는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모두 검색해 일일이 전화해봤지만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환자가 너무 많다, 예약이 밀려 있어 다음 달에나 가능하다, 초진의 경우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어떻게 이 정도로 성황이지, 의아해하며 전화를 계속 돌리다 불현듯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코로나 블루 때문이구나.
내가 얼마 전 동참했던 ‘덕분에 챌린지’는 반쪽짜리 감사였다.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위해 애쓰는 의료진뿐 아니라 코로나 블루에 짓눌린 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는 의료진도 떠올렸어야 했음을 난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정신과 의사로 살아가는 실제 삶을 놀랄 만큼 진솔하고 생생하게 알려주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때 미처 표하지 못한 나머지 반쪽의 감사도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최근작 :<[북토크] <빈틈의 위로> 출간 기념 4인의 저자 북토크>,<빈틈의 위로>,<[큰글자도서] 어쩌다 정신과 의사> … 총 8종 (모두보기)
소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 질환을 향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목적으로 2017년 동료들과 시작한 채널 〈뇌부자들〉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MBC 공익 광고 등 다양한 방송을 통해서도 정신 건강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북팟캐스트 〈서담서담〉에 참여하며 독서와 대화를 이어오고 있고, 동아일보 〈김지용의 마음처방〉 등에 꾸준히 기고를 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빈틈의 위로』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혼자 쓴 책으로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