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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내부수리중]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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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조선 후기 초상화와 카메라 옵스쿠라를 연결시킨 독특한 연구로 <옛 화가들은 우리 얼굴을 어떻게 그렸나>를 펴낸 미술사가 이태호의 책. 조선 후기에 독자적인 회화 양식으로 자리 잡았던 진경산수화를 다룬 예술역사서로, 저자가 1980년대부터 30년 동안 금강산부터 남도까지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조선 후기 산수화와 실제 풍경을 비교하고 연구한 기록이다.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는 중국 문화와 산하를 동경하던 조선시대 사람들이 언제 비로소 우리 것으로 눈을 돌려 스스로 발 딛고 사는 이 땅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산과 들을 그리기 시작했는지, 또 어떤 관점으로 조선 땅을 바라보고 비경과 흐름을 묘사했는지를 시기별, 작가별로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도판과 더불어 저자 이태호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사진을 수록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산수화 속 풍경을 찾아가 수차례나 오르내리며 실제로 화가들이 붓을 들었음직한 위치를 찾아내고,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도판 150여 점과 나란히 배치했다. 책머리에 : 여름에 어디 휴가라도 떠나게 되면 그 곳을 오래 전에 밟았던 우리 조상들의 발길을 문득 느낄 때가 있다. 길이 잘 든 문지방을 보거나, 깔끔하게 정성스레 쓸어 놓은 마당을 보거나. 넓은 마루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같은 자리에 앉아 지금의 나와 같은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을 옛 선인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차를 타고 광화문을 바라보며 지나다보면 왼쪽의 인왕산이 늘 감동인 것도 비슷한 연유에서이다. 정선이 그렸던 인왕산과 지금의 인왕산, 바로 그 산이 거기 여전히 그림 속에 있었던 그 산과 똑같은 자태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스스로를 겸허하게 만든다. 일반인도 이러한데 화가들이 땅을 밟고 풍경을 보면서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었겠는가? 예술성을 가미해 그려 놓은 한반도 곳곳의 비경도 있지만, 마치 실경을 보듯 그대로 그려 놓은 땅의 모습과 풍경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요즈음은 인공위성을 통해 골목 구석구석까지 그대로 화면에 담아 보여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호흡과 내음이 배어있는 땅의 모습을 담은 화폭은 역사와 인간을 깊이 느끼게 해준다. 미술사학자 이태호가 지은 이 책은 사진이 나오기 이전 먼 옛날부터 조선시대 후기와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우리 땅을 그린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과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도 잘 만들었지만, 저자가 그 장소들을 일일이 다시 답사하여 사진을 찍고 그것들이 그림과 어떻게 다른가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공을 들였다. 문관 출신이 사생하여 남겨놓은 우리 땅의 모습도 정겹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외의 지도 그림들도 흥미롭다. 지도의 회화성에도 새롭게 눈을 뜨게 된다. 유럽의 옛 그림들을 보면 그들의 환경에서 나오는 색감이 그대로 실물과 함께 그림 속에 남아있는 것을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그림이 우리의 환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이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0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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