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우리 사회의 경향과 징후를 기록하는 매체로서 문학이 지니는 영향력을 믿으며 꾸준히 운영되어온 젊은작가상이 2023년 올해로 14회를 맞이했다. 데뷔 십 년 이하 작가들의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젊은작가상은 지난해까지 모두 57명의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며 독자와 신인 작가를 잇는 교두보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작가는 이미상 김멜라 성혜령 이서수 정선임 함윤이 현호정이다. 데뷔작 「하긴」으로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미상이 올해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거머쥐었고, 한계 없는 상상력으로 읽는 이에게 경쾌한 즐거움을 선사해온 김멜라가 작년에 이어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저력을 보여주었다.
두 기수상자에 더하여 다섯 명의 작가가 올해 처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새로운 얼굴들을 널리 소개하는 것이 젊은작가상의 취지이니만큼 이들의 전복적인 시선과 한 발짝 앞서 걷는 이야기들이 더욱 뜻깊다. 일곱 편의 수상작은 그 무엇보다 자신의 힘을 믿고 살아가는 이들의 계보를 그린다. 두려워하기도, 흔들리기도, 무너지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단단하게 감아쥐어보는 인물들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이야기들은, 이제 막 고립의 시기를 벗어난 우리에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미상,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그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 모두가 그를 자기편이라고 믿게 만든다. 좀 잊고 산 거 같은데, 원래 이런 게 소설 아닌가. 이 소설을 대상으로 안 뽑을 수는 없을까 고민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심사위원이 뽑은 게 아니다. 이 소설이 자기를 뽑은 것이다.
:김멜라, 「제 꿈 꾸세요」 어쩌면 김멜라는 말이 안 되는 말로 더 크고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건지도 모른다. 여간한 솜씨가 아니고서는 횡사의 당혹감을 이토록 눈 깜짝할 사이에 흥미로운 사태로 뒤바꿔놓을 수 없다. 빠져 읽다보면 이른바 말이 된다는 말들의 세상이 얼마나 옹색한지도 절로 알게 된다.
:성혜령, 「버섯 농장」 이 소설의 많은 장점 가운데 특히 기억할 만한 것은 ‘여성 청년’이 한 덩어리의 단일한 존재가 아님을 차갑게 꿰뚫는 시선이다. 무엇이 인물들을 서로 같고 다르게 만드는지 그 사회관계적 조건을 살피고, 새롭게 파생되는 질문을 독자 앞에 남기는 것. 그 또한 문학이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서수, 「젊은 근희의 행진」 이 세상에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는 없지만, 또 가족만큼 서로를 모르는 관계는 없다. 게다가 상대의 새로운 모습, 내가 모르는 훌륭한 모습은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건 그 사람을 판단해온 나의 오랜 관점을 파괴해야만 가능하니까. 이 소설은 그 파괴에 관한 이야기다.
:정선임, 「요카타」 구십육 세의 인간이 길 위에서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고 중얼거리는 결말은 전율을 불러일으키는데, ‘모른다’는 느낌은 명백히 살아 있는 자만의 감각이기 때문이다. 갈 길을 몰라도 어디로든 혼자 가야만 하는 것이 생명의 처절한 특권임을 독자가 감촉하는 순간, 소설은 가벼운 흰 새처럼 다른 공간으로 날아오른다.
:함윤이, 「자개장의 용도」 문만 열면 어디로든 원하는 곳으로 떠나게 해주는 무시무시한 물건을 가보로 물려줬던 여성 가족 구성원들이 집을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하며 자신의 삶을 일구어온 이야기를 전한다. 퇴로를 계산하면 아무데에도 이를 수 없다는 여성들의 생존의 비기가 오래된 자개장처럼 묵직하고 반짝거린다.
:현호정, 「연필 샌드위치」 거식의 연대기를 완성하는 연필 샌드위치의 이미지는 기괴하지만, 어딘가 서글픈 구석이 있다. (…) 정작 자신은 밥상 앞에서 고개를 돌리면서도 딸에게는 단호하게 건네는 말. “뭐라도 먹어야지.” 이 주술적인 목소리로 결속된 여성들의 역사를 읽는 내내, 나는 당연히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펴낸 책으로 장편소설 『당신의 4분 33초』 『헬프 미 시스터』 『마은의 가게』, 소설집 『엄마를 절에 버리러』 『젊은 근희의 행진』 『몸과 고백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