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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내부수리중]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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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 등 특유의 감수성과 속도감으로 일상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생생하게 묘사되는 현실, 유쾌한 상상력과 유머감각, 섬뜩한 아이러니와 날렵한 글솜씨가 빛난다.
표제작 '오빠가 돌아왔다'의 화자는 열네 살 먹은 하층민 소녀. 소녀의 가족은 다음과 같다. 술주정뱅이에 고발꾼인 아빠, 아빠와 헤어지고 함바집에서 일하고 있는 엄마, 미성년자 동거녀와 집에 돌아온 오빠가 등장한다. 바로 '지금 여기' 어딘가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들이 치밀하게 계산된 구조 속에서 경쾌하게 그려진다. 냉소와 열정 사이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김영하의 작품세계가 한결 깊고 성숙해졌음을 발견할 수 있는 책. 오빠가 돌아왔다/ 7 : 김영하의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안겨지는 것은 이성과 합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인에 대한 어떤 섬뜩한 서늘함이다. 묘사를 동원해 가슴을 울리는 대신, 작가는 묘사를 비워놓음으로써 곧바로 가슴을 쳐버린다. : 「오빠가 돌아왔다」는 잘 읽히는 작품이다. 술주정뱅이 아빠, 무지렁이 엄마, 동거하던 십대 소녀의 손을 잡고 돌아온 오빠에 대한 주인공 소녀의 냉소와 반발에는 무엇보다 생명력과 정당함이 있기 때문이다. : 세태에 민감한 촉수는 여전하지만 일부러 비워놓은 듯한 구멍들이 보인다. 그 구멍의 정체는 이성과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불가사의한 삶의 단면 같은 것이기도 하고 우리로 하여금 늘 허방을 짚도록 하는 사회체제와 개인 사이의 괴리, 또는 각자의 욕망추구에 따른 인간관계의 고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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