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
: 배척과 갈등의 말, 금기어로 여겨져온 ‘빨갱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유령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시절을 보낸 이들의 세계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나는 얽히고설킨 사연들에 빠져들다보면 그들이 빨갛지도 파랗지도 않은, 그저 저마다의 삶을 꾸려온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무채색의 크고 작은 파문을 서로에게 일으키며 한 시대를 함께 건너온 이들에게서, 이념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국엔 나약하고 또 강인한 우리 인생이 보인다. 정지아의 소설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김미월 (소설가)
: 소설을 읽고 운 것이 대체 얼마 만의 일인가. 빨려들듯 몰입하여 책 한권을 앉은자리에서 다 읽은 것은 또 얼마 만인가. 책장을 덮고 나서도 먹먹한 가슴을 어쩌지 못해 나는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라는 사건 하나로 잊히거나 지워진 우리 현대사의 상흔들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놓고 관련 인물들을 죄다 불러내 각각의 사연을 풀어놓는, 그것들이 종으로 횡으로 오지랖 넓게 뻗어나가다 결국은 헤쳐 모여 이미 소멸한 아버지를 불멸의 존재로 소생시키는, 이런 소설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 서글프지 않은 일화가 없는데 실실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고, 억울하지 않은 삶이 없는데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램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런 소설은. 정지아의 전작을 따라 읽어왔으니 이만하면 성실한 독자라 자부할 만한데도 나는 모른다. 그가 등단작부터 천착해온 주제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책을 펼쳤는데도 어찌하여 처음 보는 내용인 듯 순식간에 빠져들게 되는지, 어찌하여 새삼스레 경탄하고 오히려 더 깊이 감화하게 되는지를. 알 도리가 없으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긍게 정지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