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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내부수리중]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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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강성봉의 《카지노 베이비》 등 1996년 제정되어 오랜 시간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이 스물여덟 번째 수상작 《탱크》를 출간한다.
총 229편의 경쟁작을 뚫고 당선된 《탱크》는 심사위원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드라마의‘음향기술자’이자 별도의 창작 지도를 받아본 적 없는 작가는 첫 장편소설로 이번 한겨레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심사를 맡은 이기호 소설가는 “허풍이나 과장에 기댈 것도 없이, 이 작품은 근 몇 년간 내가 만나본 이 땅의 수많은 장편소설 공모전 수상작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라고 평했고, 김금희 소설가는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흡인력 있게 진격하는 소설”이라 격찬했다. 제목 ‘탱크’는 밀폐저장형 구조물의 의미로, 찾는 이 없고 소슬한 마을 야산에 덩그러니 놓인 텅 빈 컨테이너를 가리킨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라는 기적의 체험을 위해 마련된 5평 남짓의 기도실. 그러던 어느 날 탱크로 가는 임도 입구 ‘신성한 구역’ 근처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고, 화마에 휩싸인 탱크 안에서 한 남자가 죽는다. 자신이 꿈꾸던 미래가 찾아오기를 누구보다 진실로 믿고 기도하던 그는 왜 죽었을까? 왜 죽어야만 했을까? ![]() : 어떤 소설은 마음에 불씨를 지핀다. 내 경우에는 《탱크》가 그랬다. 인물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 안정적인 문장과 호흡, 소설을 이끄는 특유의 분위기와 이야기 장악력. 궁금하다. 모든 것이 불타버린 곳에서는 어떤 세계가 태어날 수 있을까. 이전의 사건과 이후의 사건이 있었듯, 이제는 이후의 소설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 《탱크》는 신 없는 시대의 종교 소설이다. 한 존재로서 살아 있음을 믿기 위해 끝끝내 순교하는 의지를, 그 순교를 목격하고 증언하는 이들의 의문을 그린다. 그 순교야말로 삶을 버리는 일이라는 아이러니까지. 믿음으로 자신을 태우려는 마음과 타고 남은 잿더미를 헤집는 마음까지. :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흡인력 있게 ‘진격’하는 이 소설은 ‘탱크’라는 텅 빈 믿음에 관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도저히 믿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적 안간힘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 소설을 따라 지금을 ‘탱크의 시대’라 불러도 좋겠다.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기 위해 아주 멀리 있는 곳에 시간을 들여 가야 하고, 암흑과 침묵을 거쳐야만 하는 시대. 물과 공기를 담아 가두는 탱크처럼,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머물게 하는 어딘가가 필요하다. 이 소설이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아주 공들여 듣고,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 살면서 ‘믿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그 믿음은 ‘탱크(믿음의 행위성)’ 앞에서 잠시 머뭇거려야 실현되기도 한다는 것. 우리는 이 소설에서 믿음의 역설을 또렷하게 본다. :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었다. 허풍이나 과장에 기댈 것도 없이, 이 작품은 근 몇 년간 내가 만나본 이 땅의 수많은 장편소설 공모전 수상작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나는 이 작가의 ‘쓰는 미래’를 믿는다. : 《탱크》는 믿음에 관한 소설이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강화되고 실체가 없으므로 결코 사라지지 않는 믿음. 거대한 컨테이너처럼 삶의 복판에 자리하고, 산불처럼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으며 탱크처럼 단단하고 견고한 믿음. 하지만 믿음의 두려움을 전파하는 것이 이 소설의 목적은 아니다. 믿음의 속성에 능숙한 작가는 독자를 기꺼이 사랑 앞에 이르게 한다. 사랑에 대한 믿음만이 삶을 지속시키고, 사랑만이 견고한 세계를 조금 달라지게 만들 것이다. 사랑에 헌신하는 이런 이야기에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3년 7월 21일자 '책&생각' - 경향신문 2023년 7월 21일자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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