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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센텀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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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렌즈 삼아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패션이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그런 말을 미끼로 던지고 반전을 꾀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최근의 패션은 예전만큼 흥미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흥미롭다'는 말은 그래도 한때 소수의 디자이너들이 신선한 실험을 시도했고, 그게 세상 여기저기에 널리며 어떤 현상을 만들거나 하위문화와 함께하는 등 문화 측면에서 분투를 했고, 더불어 그런 와중에 어떤 이들은 운 좋게 돈도 좀 벌었다는 의미다."
패션이 재미없어지는 시점이 세계가 후기 자본주의 시대로 돌입하는 시점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1부는 온전히 패션이 어떻게 무의미해지는지 그 과정을 따라간다. 가령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와 '브랜드' 질 샌더가 사람 따로 이름 따로 떠돌아다니며 서로 '질 샌더'라는 이름이 붙은 옷을 내놓는 모습은 패션 세계에서 소위 브랜드가 소비되는 방식을 보여주고, 한창 잘 나가던 슈퍼스타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죽음은 패션 산업의 냉혹한 면모를 드러낸다. 결국 2010년대 들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패션에서 재미라든가 실험 따위는 사라지고, 우리가 맞닥뜨리는 건 LVMH나 케링 같은 거대한 패션 제국, 대차대조표에 따라 움직이는 경영인들의 숫자 놀음, 그에 따른 가차 없는 퇴출, 초거부들을 위한 개인 패션쇼뿐이다. 들어가며 서문: 패션을 바라보는 눈 ![]() : 『패션 vs. 패션』은 지금-여기의 패션에 대한 비평이자 제안서다. 타임 라인처럼 흘러가는 지금 이 시간, 결코 손에 쥘 수 없는 이 미묘한 흐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답답한, 때로는 파열과 붕괴 사이에서 새로움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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