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쓰인 한시를 가려 엮었다. 편지시에 담긴 소재는 소소한 일상의 일부터 굴곡진 시대의 풍경까지 매우 다양하다. 조선 중기의 문인 허균은 중국 여행을 떠나면서 벗 권필에게 노자 삼을 시를 써 달라고 청하는 이별시를 썼는가 하면, 고려 후기 이규보는 술병이 난 벗에게 장난삼아 시를 써 주기도 했다.
책 읽기를 최고의 낙으로 여기는 유희춘과 술맛과 풍류를 아는 그의 아내 송덕봉이 주고받은 시도 있고, 호연한 기상으로 고을 원님과 친정 오라버니들에게 돈을 꾸는 편지를 쓴 김호연재의 시도 있다. 그밖에도 절친한 벗 사이에, 귀양 간 남편과 아내가, 서로 신임하는 임금과 신하가 주고받은 편지시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다.
시를 통해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을 넌지시 전했다.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도리어 할 말은 다하는 권계와 풍자의 시들은 그래서 한층 더 의미심장하고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옛 사람들이 쓴 편지시들은 시절이나 소재와 상관없이 산문시가 범접하지 못할 응축된 아름다움과 해학이 담겨 있어 읽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한 웃음과 여운을 남긴다.
이 책에는 총 4개의 부로 나누어 1부는 벗 사이에 주고받은 시를, 2부는 가족간에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 적은 시를, 3부는 말로는 하기 어려운 말을 은유와 풍자로써 넌지시 담은 편지시를, 4부는 선물을 보내며 그 편에 함께 보낸 시들을 가려 뽑았다.
1부_국화꽃에 꽂혀 있는 벗의 시 || 술병이 난 친구에게 / 이규보 18 | 초정에게 편지 써서 술 한 병을 빌었네 / 이덕무 21 | 벗이 보내온 황촉으로 서창을 밝히고 / 권근 25 | 서울이라 벗님네 편안히 지내시는가? / 이숭인, 권근 29 | 여보게, 바둑 한판 두세나 / 서거정, 김뉴 32 | 밤으로 낮을 이어 술에 취해 놀아 보세 / 이행 36 | 벗이 보내온 국화 화분 / 이행, 박은 41 | 시를 지어 국화꽃 가지에 걸어 놓고 / 박은 46 | 사화를 겪은 매화 분재 / 이행 50 | 서쪽으로 떠난 스님에게 / 최경창 55 | 그대 묻힌 언덕에 봄풀이 무성하겠지 / 권필, 이안눌 58 | 취옹 醉翁과 시옹 詩翁의 수창 / 이안눌, 권필 64 | 가을에 부치는 매화 가지 / 김창협 67 | 보문암의 인연 / 김창협 70 | 매화꽃과 추기도秋氣圖 그리고 연꽃 벼루 / 송문흠 77
2부_병들고 가난하더라도 함께 늙어 가요 || 이 술로 찬 속이나 데우구려 / 유희춘, 송덕봉 86 | 누가 술을 망우물忘憂物이라 했나? / 박은 90 | 뒷동산에 대추는 땄소? / 김성달, 연안 이씨 92 | 아내에게 보낸 수수께끼 시 / 이학규 96 | 술 삼백 잔이 네 이름이란 말이냐? / 이규보 102 | 아들이 보내온 밤 / 정약용 108 | 막내딸이 보낸 수박씨 / 이광사 113 | 중국에 사신으로 가는 아들에게 / 서영수합, 홍석주 121 | 오라버님, 쌀 좀 보내 주세요 / 김호연재 124 | 여보게, 인편에 편질랑 부치지 말게 / 이산해 128 | 조카가 보내온 대빗자루 / 이익 132 |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 홍랑, 최경창 135 |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 유희경, 매창 138 | 붉은 봄꽃처럼 시들까 봐 / 이옥봉 142
3부_대지팡이를 보낸 뜻 | 흰떡과 묵은 김치 / 서거정 150 | 송강의 맑은 물로 마음을 씻어 / 이이, 성혼 154 | 독서하는 기미는 어떤가요? / 성혼 160 | 대지팡이를 보낸 뜻 / 이산해 164 | 부채 대신 받은 죽순 / 이식 169 | 부채에 그려 준 그림과 시의 뜻 / 김창업 172 | 돌만도 못한 인생 / 허목 176 | 벗에게 당귀 싹을 보낸 뜻 / 남구만 180 | 박색의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 박세당, 남구만 185 | 호박잎으로 국그릇을 덮는 마음 / 이용휴 190 | 중화척을 내린 정조 임금의 뜻 / 정조, 정약용 193
4부_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 | 푸른 향기 붉은 실로 묶었구나 / 이규보 204 | 차 의원, 맥문동 좀 주시게 / 서거정 207 | 스님이 부쳐 보낸 신발 / 윤결 210 | 산중의 목상좌를 꼭 만나려는 까닭은 / 서거정 213 | 친구여, 비단 살 돈 좀 주시게 / 이달 216 | 스님이 보내온 산나물 / 이식 219 | 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 / 이병연 222 | 금강산 일만 이천 봉 속에 이 몸도 그려 넣어 주게 / 신광수 225 | 차라면 백 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 정약용 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