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소설가)
: 평소 같았으면 나는 이 자리를 좀더 진중하고 고상한 응원과 기대의 말로 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엽록소가 넘치는 상상력에 광합성의 언어와 개성이 풍부한 인물 묘사를 비롯하여, 그냥 ‘오다 주웠다’ 모드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투척하는 유머와 위트 또한 일품이어서 어느 쪽으로든 꼽을 수 있는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므로. 그런데 이렇게 골고루 재미있는 소설을 본 이상 품위 있는 표현을 내려놓고 약을 팔아야만 하겠다. 됐으니까 일단 한번 잡숴봐, 이 빨간 열매를. 나 혼자만 이 과즙에 취하고 살 순 없다. 당신의 몸에 닿을 것은 성분 불명의 빨간 열매일 수도, 필사의 비밀이 담긴 초코머핀일 수도 있고 인간 마음에 엉킨 매듭을 양분으로 피어난 브로콜리일 수도 있는데 뭐가 됐든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박솔뫼 (소설가)
: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 보면 따라 해보고 싶어진다. 반복해서 읽으며 흥미로운 지점들의 정체를 파악하여 조금 다르게 따라 해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빨간 열매」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이상하고 웃긴 동시에 잘 다듬어진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설명이 부족했다. 환상적이지만 이상하게 생생하고 로맨스 같지만 뭔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싶어지는, 여러 장의 카드를 보여준 후 아무렇지 않게 뒤집어서 한 번 더 보여주지만 다 본 뒤에도 그게 뭐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묘한 이야기였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소설들도 그렇다. 그리고 그것이 매력적이라는 것, 그래서 반복해서 읽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어진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똑같이 느끼게 되겠지?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